[보도자료]
“버지니아 울프 ‧ 페미니즘 ‧ 그 너머”
-버지니아 울프 전집 완간 기념 공동심포지엄 개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작품, 번역 및 영화를 다각적으로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오는 9월 28일(토) 13:30부터 서울대학교 두산인문관(101호)에서 한국영어영문학회(회장 박종성), 한국버지니아울프학회(회장 이순구), 솔출판사(임우기 대표) 공동주관 및 주한영국문화원(샘 하비 주한영국문화원장)의 후원으로 행사가 열린다. 2018년 영화 <비타 앤 버지니아>가 해외에서 개봉되었고, 이번 총 13권의 울프 전집(장편소설 9권, 단편소설집 1권, 에세이 2권, 일기 1권)을 29년 만에 완간함으로써 울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전망이다. 초대 울프학회장을 역임한 박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어렵사리, 그리고 더디게 세상에 나온 이 전집이 울프를 보다 많은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이바지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독자들의 독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우리들의 지금까지의 노력은 나름대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자 합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버지니아 울프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1955)라는 시를 통해서다. ‘목마’는 발이 땅에 닿지 않고 헛발질만 계속하며 제자리를 반복하는 인간의 슬픈 운명을,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는 자살로 세상을 떠난 울프를 각각 지시한다. 특히 시 속에 등장하는 ‘페시미즘’이란 단어는 한국전쟁 온몸으로 겪으면서 허무와 절망에 빠진 한국인들의 뇌리에 박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4년, 버지니아 울프 전공자들이 첫 모임을 시작으로 그 모임이 2003년 정식 학회 창립으로 이어졌고, 2019년 올해 버지니아 울프의 전집을 완간하게 되었다. 박희진 교수는 “몇 권은 목침만큼이나 두꺼워 그 무게만으로도 한숨을 자아내게 합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초대 울프학회장인 박희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회원들, 솔출판사 임우기 대표의 집념과 애정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다. 샘 하비 주한영국문화원장은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현대문학 작가이자 페미니즘 작품의 선구자이다. 영국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울프의 전집을 한국에서 발간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며, 이번 행사처럼 영국과 한국 간의 문화적‧학술적 상호 교류가 활발해지고 양국의 관계와 파트너십이 굳건해지는 다양한 기회들이 창출되길 기대한다(Virginia Woolf was one of the most important 20th century modernist authors as well as a pioneer in writing feminist narratives. It is therefore fitting that the complete collection of this icon of English literature is being published in Korea. I am confident that cultural and educational collaborations between UK and Korea will continue to flourish, creating opportunities for strengthened relationships and partnerships between the two countries)”고 말했다.
한 세기를 지나온 오늘날에도 주목받는, 다면체 보석 같은 매력적인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 연구는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쳐 왔는가? 초창기에는 모더니스트로서 버지니아 울프를 조명했다. 자유연상법 같은 실험적 기법에 주목했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로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서의 울프를 조명을 했다. 특히 부권주의와 전쟁 문화를 비판했던 그녀의 사유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1980년대 이후로는 울프의 성적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러 작품 중에서 <올랜도>를 원작으로 삼아 제작된 영화 <비타 앤 버지니아>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울프의 사유의 ‘고갱’이라고 할 수 있는 젠더 불평등, 반전反戰, 주체성의 문제의식이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미완의 연구 영역으로 남아 있는 주제가 있다. 울프의 사유를 동양적 관점에서, 영성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번 심포지엄 1부에서는 4명의 울프 전문가들이 발표에 나선다. 모두 번역에 참여했던 분들이다. 정명희 국민대 교수가 울프학회의 번역 전집 기획·발간 의도와 연혁을 소개한 후 김정 전 가톨릭대 교수가 울프 작품이 지닌 내포가 어떻게 제대로 읽히는지, 또 시대에 따라 어떻게 외연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이어 오진숙 연세대 교수가 「전쟁과 여성 그리고 돈」이란 제목으로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직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이룸으로써 독립적 의견과 영향력을 갖출 때, 전쟁 방지에 진일보가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3기니>와 <자기만의 방>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김금주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밤과 낮>: 꿈과 현실 가로지르기에 대한 욕망」이란 발표를 통해 “울프가 페미니즘적인 문제의식을 풀어가는 방식도 전통적인 소설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고 이것을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논지를 살핀다.
2부에서는 손현주 서울대 교수가 <올랜도>를 중심으로 울프의 삶과 생각을 소개하면서 영화 <비타 앤 버지니아>와 비교 관점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윤혜준 연세대 교수가 「버지니아 울프와 단테: 새로움의 힘겨움」이란 글을 통해 울프의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다시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을 출간한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울프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시도한다. 한 인터뷰에서 이택광 교수는 “세계적으로 포퓰리즘과 극우주의가 창궐하고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지고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지금은 울프의 시대와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울프가 지녔던 문제의식의 현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울프는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아니라 주체적 인간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작가가 되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라는 물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또한 울프는 남성적인 여성, 여성적인 남성 같은 ‘양성 인간’을 가장 창조적인 인간 유형으로 보았다. 그녀의 젠더 불평등 비판은 포용 사회를 지향하는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전쟁 문화 비판은 자민족중심주의와 인종주의가 득세하는 현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울프의 작품은 시공을 초월하여 독자의 영혼을 심화하고 확장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녀의 주옥같은 문장이 독자의 뇌리에 머문다. “한쪽 편에서 영혼은 능동적이고 명료한 대낮에 있으며, 건너편에서는 사색적이고 밤처럼 어두운 것인가?”(<밤과 낮>, 447~448쪽). 1952년 버나드 블랙스톤 교수는 울프의 작품 세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 “울프의 세계는 내리 누르는 큰 바위 밑에서 수정이 버티듯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이번 심포지엄이 모처럼 ‘울프를 조명’하는 지식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박종성, 이순구, 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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